기고·칼럼

더 안전한 생활을 위한 실천과 일상의 작은 변화, 제품안전협약을 향한 응원, 앞으로의 기대와 제안 등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2024 제품안전연구소 "기고·칼럼"을 시작합니다.

[강재헌] 더 안전한 사회는 더 안전한 선택으로부터

더 안전한 사회는 더 안전한 선택으로부터

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
녹색소비자연대 건강안전위원장


28세 여성이 새 직장에 취업하면서 기침이 심해지고 쌕쌕거리고 가슴이 조이는 천식 증상이 나타나 내원하게 되었다. 이 여성은 3년 전 기관지천식 진단으로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그동안 증상 없이 잘 지내왔다. 치료 후 증상은 좋아졌지만, 천식 증상 악화가 빈번히 나타났고, 주말이나 연휴 때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무실 내에서의 천식 유발 원인을 찾아본 결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방향·탈취제의 한 성분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의 경우 원인이 되는 생활화학제품을 찾아낸 운이 좋은 경우이고, 많은 환자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그때그때 대증치료만 받는 실정이다.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간 다양한 제품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쓰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내 성분을 모두 알아보고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활화학제품은 ‘가정, 사무실,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으로서 사람이나 환경에 화학물질의 노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세정제품, 세탁제품, 코팅제품, 접착·접합제품, 방향·탈취제품, 자동차전용제품, 살균제품 등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이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다.

생활화학제품은 식약처에서 다루는 위생용품이나 화장품처럼 법적으로 전성분 의무표시제 대상 제품은 아니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우리 생활에서 유해물질 노출이 조금 더 우려되는 제품군을 따로 묶어 2019년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관리하는 제품들(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세정제 등 물체나 공간에 사용하는 43개 품목)이다.


생활화학제품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건강을 위협한 사례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섬유유연제 성분이 직접적으로 호흡기 문제나 피부 알레르기·발진 등을 유발하여 건강 문제를 호소한 사례도 있다. 섬유유연제 속 화학물질과 향료로 인해 피부 발진과 어지럼증이 발생한 사례가 국외에서 보고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특정 수입 섬유유연제에서 아토피를 유발할 수 있는 글루타알데히드가 검출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또한 다림질 보조제 등 스프레이 형태의 화학제품은 미세 입자를 분사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기관지 자극, 천식 악화, 알레르기 반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17년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조사 대상 모든 섬유유연제에서 피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향 성분 26개 항목 중 일부를 함유(0.01% 이상)한 것으로 조사되어, 향료의 구성성분 중 알레르기유발물질로 알려진 26종을 섬유유연제에 0.01% 이상 사용할 때는 해당 성분의 명칭(화학물질명)과 기능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의무화되었다.2021년 시민사회, 기업, 정부가 함께 유해물질 저감 및 대체기준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소비자단체와 전문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하 화우품)을 선정하는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 심사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화우품 심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법으로 관리하는 안전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안전기준을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다.


‘생활화학제품 안전약속 이행협의체’ 발족 등 민·산·관 협력 체계가 공고화되면서 화우품 제도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와 관심이 높아져 기업들의 자발적인 신규 심사 신청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던 기업들이 심사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수용하고 제품 안전성을 개선하여 다시 인증을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제도가 단순 인증을 넘어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화우품은 전성분 공개, 원료 안전성 평가, 제조 공정 현장 평가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부여되므로, 소비자는 화우품 마크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생활화학제품을 쉽게 식별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화우품이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노력과 소비자의 안전한 제품 선택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며, 생활화학제품 안전 분야의 중요한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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