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지 않는 사회를 위해
최위환
인천녹색연합 전환마을실험실
현대사회 또하나의 검은 코끼리 - 생활화학제품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라는 용어를 합성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검은 백조(Black Swan)’는 매우 예외적이고 잘 알려지지 않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큰 문제 또는 위험을 코끼리에 비유하여, 방 안에 코끼리가 있음을 모두가 알면서도 부정적인 불안감에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검은 코끼리라는 용어를 만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대어 이야기하였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에 자리 잡은 것이라면 생활 속의 유해화학물질은 우리의 작은 일상의 곳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또 한 마리의 검은 코끼리와 같다.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우리 사회에 생활화학제품이라는 검은 코끼리가 시민들의 일상에서 회자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관련 법률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고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차량용 세정제가 해외직구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사람이 죽을 만큼의 위해성이 있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서 팔리는 이유는 결국 위해성을 알면서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 위해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어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생활화학제품의 성분과 유해성을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읽기도 어려운 작고 많은 양의 텍스트와 이해하지 못하는 화학성분명의 나열이 아니라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으로 변경해야 한다. 우리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며 우리는 법에서 정한 모든 것을 지켰으니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소비자의 책임이라는 식의 인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기업들이 먼저 깨닫고 손익비용을 따지기 이전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지 말자!
어릴 적 시골의 아버지들은 함께 노동을 하고나서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곤 하셨다. 넓은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우며 골을 따라 빠져나가는 유해한 기름과 함께 웃으며 소주한잔을 걸치며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셨다. 우리나라도 2009년이 되어서야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해성이 알려졌고 그 생산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면 그리 하셨을까?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구운 이유는 첫째로 석면의 유해성과 건축자재인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우면 위해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생활 속에서 유해성과 위해성을 구분해 쓰는 경우는 많지도 않으며 비슷한 글자라 헷갈리기도 한 단어이다. 유해성은 유해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위해는 인간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유해성은 얼마나 노출되느냐와 사용방법과 환경에 따라 위해성은 없을 수도,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의 모든 물질은 유해한 것이며 결국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사용자)의 입장에서 그 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알기 어렵거니와 위해성이 없게 혹은 낮게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유해한 물질을 위해하지 않게 사용하는 방법을 기업과 정부는 제대로 알리고 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생활화학제품의 사용과 안전에 관한 매뉴얼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단계에서 최종 주로 사용하는 시민(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여는 꾸준한 대화의 장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강화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 보호,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것은 소중한 첫 걸음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없을 뿐더러 ‘자발적’이라는 것이 가진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강화는 결국 직접 소비하는 시민들의 인식과 요구의 물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식인의 저주’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말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적인 가정과 개념이 상대방의 머릿속에도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생활화학제품을 관리하는 정부관계자,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리고 안전을 감시하는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관련한 수많은 정보와 흐름을 알고 있다. ‘분명 위험표시를 해두었는데 그걸 왜 모를 수 있지? 왜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거지? 심각성을 제대로 왜 느끼지 못하는 거지? 왜 정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먹고사니즘에 빠져있는 시민들에게 어쩌면 생활화학제품 이슈는 보고 싶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검은 코끼리’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전쟁의 위험성을 이야기 하거나 모든 생명이 멸종하고 지구가 멸망직전까지 와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늦다.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생활화학제품이라는 검은 코끼리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시민들과 대화해야하는 이유다.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지 않는 사회를 위해
최위환
인천녹색연합 전환마을실험실
현대사회 또하나의 검은 코끼리 - 생활화학제품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라는 용어를 합성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검은 백조(Black Swan)’는 매우 예외적이고 잘 알려지지 않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큰 문제 또는 위험을 코끼리에 비유하여, 방 안에 코끼리가 있음을 모두가 알면서도 부정적인 불안감에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검은 코끼리라는 용어를 만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대어 이야기하였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에 자리 잡은 것이라면 생활 속의 유해화학물질은 우리의 작은 일상의 곳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또 한 마리의 검은 코끼리와 같다.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우리 사회에 생활화학제품이라는 검은 코끼리가 시민들의 일상에서 회자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관련 법률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고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차량용 세정제가 해외직구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사람이 죽을 만큼의 위해성이 있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서 팔리는 이유는 결국 위해성을 알면서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 위해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어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생활화학제품의 성분과 유해성을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읽기도 어려운 작고 많은 양의 텍스트와 이해하지 못하는 화학성분명의 나열이 아니라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으로 변경해야 한다. 우리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며 우리는 법에서 정한 모든 것을 지켰으니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소비자의 책임이라는 식의 인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기업들이 먼저 깨닫고 손익비용을 따지기 이전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지 말자!
어릴 적 시골의 아버지들은 함께 노동을 하고나서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굽곤 하셨다. 넓은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우며 골을 따라 빠져나가는 유해한 기름과 함께 웃으며 소주한잔을 걸치며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셨다. 우리나라도 2009년이 되어서야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해성이 알려졌고 그 생산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면 그리 하셨을까?
슬레이트 지붕에 고기를 구운 이유는 첫째로 석면의 유해성과 건축자재인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우면 위해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생활 속에서 유해성과 위해성을 구분해 쓰는 경우는 많지도 않으며 비슷한 글자라 헷갈리기도 한 단어이다. 유해성은 유해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위해는 인간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유해성은 얼마나 노출되느냐와 사용방법과 환경에 따라 위해성은 없을 수도,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의 모든 물질은 유해한 것이며 결국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사용자)의 입장에서 그 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알기 어렵거니와 위해성이 없게 혹은 낮게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유해한 물질을 위해하지 않게 사용하는 방법을 기업과 정부는 제대로 알리고 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생활화학제품의 사용과 안전에 관한 매뉴얼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단계에서 최종 주로 사용하는 시민(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여는 꾸준한 대화의 장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강화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 보호,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것은 소중한 첫 걸음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없을 뿐더러 ‘자발적’이라는 것이 가진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강화는 결국 직접 소비하는 시민들의 인식과 요구의 물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식인의 저주’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말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적인 가정과 개념이 상대방의 머릿속에도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생활화학제품을 관리하는 정부관계자,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리고 안전을 감시하는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관련한 수많은 정보와 흐름을 알고 있다. ‘분명 위험표시를 해두었는데 그걸 왜 모를 수 있지? 왜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거지? 심각성을 제대로 왜 느끼지 못하는 거지? 왜 정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먹고사니즘에 빠져있는 시민들에게 어쩌면 생활화학제품 이슈는 보고 싶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검은 코끼리’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전쟁의 위험성을 이야기 하거나 모든 생명이 멸종하고 지구가 멸망직전까지 와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늦다.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생활화학제품이라는 검은 코끼리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시민들과 대화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