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생활을 위한 실천과 일상의 작은 변화, 제품안전협약을 향한 응원, 앞으로의 기대와 제안 등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2024 제품안전연구소 "시민칼럼"을 시작합니다.

[강나경] 더 이상 케미포비아를 만들지 말자


더 이상 케미포비아를 만들지 말자


강나경

칼럼니스트


2023년 11월 7일 프레시안에서 ‘[단독] 이마트 PB상품 법규 미준수 논란 "판매 문제없다" vs 환경부 "회수해야"’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왔다. 이미 한차례 이마트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에 대한 제보성 주장을 보도하고 두 번째 보도였다. 비슷한 시기인 2023년 11월 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대법원 판결에서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으로 그 피해를 인정받아 500만원의 배상이 결정 되었다는 기사도 나왔다.

사실 두 기사는 정반대의 사건이다. 하나는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기업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는 보도이고 두 번째 기사는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보도이다. 그러나 두 기사 모두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기업에게 미디어란 약이고 독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미디어는 약이자 독이다.

 

먹거리 화학물질에 대한 사건은 1989년 라면 공업용수입우지, 1995년 고름우유, 1998년 포르말린 골뱅이, 번데기가 있었다. 세 가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국민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기업은 파산과 소비량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사회적인 충격은 상상을 넘어섰다.

이 사건들은 관련 전문 지식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파고든 검사들의 무리한 수사와 후발업체의 과도한 홍보로 시작되었으나 ‘포비아’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은 잔인할 만큼 집요하고 선정적인 언론의 과도한 경쟁 때문이었다. 언론들은 ‘포르말린’, ‘공업용 우지’, ‘고름우유’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헤드라인을 뽑으며 지속적인 보도로 사건을 확대시켰던 것이다. 팩트 중심의 심층보도가 아닌 검찰이 내놓은 결과에 의존한 단순보도였고 그 결과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관련 음식을 거부했다. 언론이 제공한 정보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기업은 결국 폐업, 파산, 죽음으로 내몰려야 했지만 이 세 사건 모두 ‘무죄’로 판명이 되었다. 국민적 분노와 기업에 대한 불신을 키웠던 이 큰 사건의 무죄에 대한 내용은 언론이 얼마나 집중해서 언급했을까? 사건을 생중계하듯 보도하던 언론은 사건의 결론을 침묵에 가까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서서히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는 위 사건들과 사뭇 달랐다. 검찰 수사는 5년 후에야 전담수사팀이 꾸려졌고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정작 빠른 수사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 언론은 외면한 것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있는 생활화학안전제품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분야로 어떤 정보보다 우위에 있어야 할 생활밀착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기업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지침과 정책에 호응하고 기업 내에서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서 노력하고 있다. 정부 역시 2022년 7월1일부터 생활화학제품의 안전·표시기준을 강화하였다. 제조·수입하는 섬유유연제는 계면활성제 관리를 위한 생분해도 기준에 적합해야 하고 살균제·세정제의 경우 오·남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용상 주의사항 문구도 표시하고 있다. 또한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세탁세제 및 표백제도 제품 겉면에 이 명칭을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준이 강화되는 물품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살균제, 세정제, 표백제 등 39개 항목이며 2022년 8월 4일부터는 어린이 제품의 효력 상실 제도가 시행되면서 완구, 학용품 등 안전확인대상인 어린이제품에 위해성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은 안전 확인 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정부는 기업, 시민사회와 함께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만들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전성분 정보를 공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 역시 영업 비밀 물질공개, 비의도적 물질 공개, 제품의 제조·생산 과정 공개를 통해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신뢰를 쌓아왔다. 쉽지 않은 일련의 과정에 동참해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을 보내야 한다. 기업이 갖는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국민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국민에게 더 안전한 제품을 제공해야한다는 기업의 책임으로 남게 된다. 이제는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위해서 기업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또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과거 자극적인 소재만 찾아다니며 포비아를 만들었던 언론이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과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의 정체성을 찾아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 소비자의 행동이 하나가 되었을 때 이 사회는 성장한다. 그러나 이런 각자의 노력을 하나로 모아 국민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