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더 안전한 생활을 위한 실천과 일상의 작은 변화, 제품안전협약을 향한 응원, 앞으로의 기대와 제안 등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2024 제품안전연구소 "시민칼럼"을 시작합니다.

[박은미] 케미포비아에서 액션슈머로

케미포비아에서 액션슈머로

박은미 (올삐)
우만동아지트미지 대표운영자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려고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점점 커졌다. 생활화학제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순한 계면활성제를 찾아 직접 만들어 사용하거나, 대체품을 찾아 사용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시간과 돈, 에너지를 들여서라도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늦은 봄,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만든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줄여서 제품안전협약)'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활동을 함께 해보자고 했다. 나만 하더라도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은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데다 얻어도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 이런 제도와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건 의미 있는 활동이라 여겨졌다. 동료들과 같이 만든 제품안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소비자로 생활화학제품을 꼼꼼하게 살피고 시민들을 만나며 일 년을 보냈다.

 

제품안전협약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 왔다.
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 원료 안전성 평가,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 선정 등 생활화학제품 안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제품안전협약의 활약상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알게 되어 기뻤다. 시민사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제품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좋은 선택 기준으로 느껴졌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정보들이 소비자의 눈에 어떻게 띄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주변에도 알리고 싶어 롯데마트, 다이소, 이마트, 홈플러스 등 주변 매장에서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소비자가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체감하기에는 찾기 어려웠다. 인증마크도 눈에 띄지 않고, 그 수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임은 분명하고, 좋은 제품은 더 널리 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소비자가 알아 볼 수 있도록 안내되길 바라게 되었다.

 

제품안전연구소 연구원으로 정말 즐거웠던 활동은 시민들과의 대화모임이다.
지리산 남원, 수원, 부산, 서울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생활화학제품 안전 사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활화학제품 안전 강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 소비자의 알 권리 보호와 라벨 표기 개선 방안, 시민사회의 참여와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전한 일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세탁세제, 표백제, 방향제, 탈취제와 기피제 등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지정되고 관리되는 43개 품목은 제품을 구매할 때 안전확인 마크를 확인하고 올바른 사용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기업이 제품안전기준을 준수하더라도 소비자의 사용 방식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용도, 사용 방법, 주의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품 라벨에 표시된 내용이 너무 많고 가독성이 떨어져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라벨 내용을 더욱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제안해보고 싶었다. ‘제품안전 탐구생활 : 생활화학제품 안전한 사용을 위한 라벨 읽고 탐구하기’를 시리즈로 SNS에 연재하고 월간 제품안전연구소에 소개하기도 했다.

 

새 봄이 시작되는 지금,
나는 지난 경험을 통해 ‘액션슈머’ 행동하는 소비자로 성장했다.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사용과 올바른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 나은 소비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동참하는 동료시민이 될 수 있어 기쁘다.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가 협력하여 제품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제품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시민사회는 이러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제품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정부는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의 사용을 위해 중재하고 지원하는 이러한 구조가 더욱 발전하여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7년간의 제품안전협약을 거쳐 2024년에 생활화학제품 안전약속 이행협의체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생활화학제품 안전약속 이행협의체는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의 협력을 통해 제품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를 위한 공동 의사 결정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에 참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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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칼럼니스트 우만동아지트미지 박은미 올삐

민주주의기술학교 연구원으로 일상 속 민주주의와 수평적 관계, 일상학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활동하며, 삼삼오오학교 수원을 운영하며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노력합니다. 더 안전한 제품, 더 안전한 생활을 위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제안하는 활동으로 제품안전연구소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