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생활을 위한 실천과 일상의 작은 변화, 제품안전협약을 향한 응원, 앞으로의 기대와 제안 등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2024 제품안전연구소 "시민칼럼"을 시작합니다.

[유은강] 안전한 섬유유연제를 쓰고 싶어서


안전한 섬유유연제를 쓰고 싶어서


유은강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활동가


‘생활화학제품’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올 여름 지리산에서였다. 지난 8월 지리산포럼에서 제품안전연구소가 준비한 대화모임에 참여했는데, ‘생활화학제품’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본 것이다. 숱하게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해왔지만 내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세제, 섬유유연제, 세정제, 접착제, 탈취제가 ‘생활화학제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제품의 안전성보다는 브랜드에 더 익숙해 있었고, 그것들이 모두 ‘화학’제품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모임의 주제는 ‘생활화학제품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을까? 라벨 읽어드립니다’였다. 생활화학제품이 무엇인지, 라벨을 읽을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특히 어떤 성분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화학제품을 이용할 때 꼭 지켜야할 안전 수칙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기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독한 화장실 세제를 사용하다 머리가 아팠던 기억, 1+1하는 제품에 혹해 실내 방향제를 사서 아무런 의심 없이 집안 곳곳에 뿌리곤 했던 나의 일상이 떠올랐다.

또 새롭게 알게 된 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와 안전을 위해 기업,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제품안전협약’을 만들었다는 사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많이 반성하게 됐다.

 

지리산포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내가 사용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라벨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몇몇 제품들은 성분이 표기되어 있었지만 어떤 제품은 라벨을 알아보기 힘들거나 아예 성분표기조차 없었다. 세상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제품을 쓰고 있었구나. 꽤나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비싸게 주고 산 룸스프레이나 디퓨저 같은 것들도 성분표기가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좋은 제품이라고 지인에게 선물해주기까지 했는데... 앞으로 누군가에게 방향제 같은 것을 선물할 때는 꼭 전성분표기가 되어 있는 검증되고 안전한 제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에 들어가면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정보, 전성분 공개제품, 위반제품들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찬찬히 살펴보니 위반제품 중 내가 사용한 적이 있는 제품들도 있었다. 또 한 번의 충격... 전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제조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아직 전성분을 공개한 제품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소비자가 생활화학제품 성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전성분 공개의 중요성을 알린다면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소비자의 힘을 잘 기르고,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섬유유연제가 떨어졌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 무지하던 때에 그저 향이 좋아서 사두었던 것이라 사용하면서도 영 찝찝했는데, 이참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제품안전협약 캠페인 페이지(thesafelife.org)에서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클릭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섬유유연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격, 브랜드, 디자인, 취향에 기대지 않고 오직 안전을 고려해 선택한 첫 생활화학제품이었다. 아주 작은 일인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에 신뢰가 가는 이유는 심사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제품안전협약에 참여한 기업이 생활화학제품의 전성분 및 원료 안전성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심사과정에서 시민사회가 기업의 제품 내 안전한 원료 사용 등 제조, 생산, 판매 노력도 등을 심사해 기준에 충족한 제품에 한해 심사결과서를 발급한다. 공익활동가 중 한 사람으로서 나와 같은 동료 활동가가 인증해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동료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협약에 참여해 많은 생활화학제품들을 모니터링 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많은 시민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조금 아쉬운 숫자이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시민들도 제품을 구입할 때 우수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그 수를 점점 더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세탁세제, 청소포,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화학제품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반가웠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들 하지만 생활화학제품에 있어서는 절대 해당될 수 없는 말인 것 같다. 알고 나니 선택의 폭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그동안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언제든 화학제품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기면서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됐다. 다시 한 번 대화모임을 열어준 제품안전연구소에 감사를 전한다.

‘생활화학제품’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민으로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내용이 교육과정에도 포함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공교육 기관에서도 적지 않게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텐데 학생 때부터 집과 학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이름을 익히고, 성분의 중요성과 제품 선택시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면 좋을 것 같다. 시민대상 교육도 확대된다면 좋겠다. 나도 제품안전연구소의 대화모임에 참여하면서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마찬가지로 동네 주민센터나 자치기관 에서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배운대로 제품을 구매할 때 전성분표기 제품과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안전연구소의 뉴스레터 구독링크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