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사람들

환경정의 황숙영 국장

모두가 책임을 다할 때 안전은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황숙영

환경정의 국장

 

환경정의는 우리사회의 환경불평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환경시민단체입니다. 유해물질 운동을 통해 화학물질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안전한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숙영 국장은 2015년부터 환경정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획운영팀에서 홍보와 모금업무를 담당했고, 현재 유해물질대기팀에서 유해물질 운동을 총괄하며 제품안전협약과 화학안전정책포럼에 시민사회 대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황숙영 환경정의 국장>


위험을 위험하다 말할 수 있는 사회

“시민단체의 역할은 여전히 감시와 견제가 맞아요. 하지만 기업이 생활화학제품의 전성분을 공개하고 원료 안전성을 평가해서 소비자들에게 유해성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 논의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고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계속 감시하고 견제만 해서는 안 되죠. 제품안전협약은 서로의 차이, 의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만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평행선을 달리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기업들은 성분의 유해성 정보보다는 제품 위해성을 평가하자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왔어요. 이런 논의에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자리가 제품안전협약입니다. 그래서 만나야 해요.”


제3기 제품안전협약은 효과적인 협약 이행을 위해 기존 참여 기업들 중 제조사와 유통사, 신규참여기업을 구분해 3개 분과로 운영합니다. 3개 분과와 핵심사업 TFT에 모두 참여하고 기업이행점검을 담당하는 황숙영 국장은 올해 더 바빠졌지만 각 기업들의 환경이나 상황, 고민들을 더 면밀히 살피고 중요한 과제를 같이,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바라고 이 일을 함께 하고 있을까요?

“정부와 기업은 더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위험을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기업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안전하다, 안심하고 사용해라’, ‘안심 제품’ 같은 문구들은 소비자가 주목해야 할 것을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이제 정부와 기업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해요. 단순히 ‘더 안전한 제품이야’가 아니라 ‘더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건 조심해야 해’를 같이 알려주어야 하는 거죠.”

  

전성분 공개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의 첫걸음 

황숙영 국장은 전성분 공개를 협약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습니다. 전성분 공개를 위해서는 기업이 모든 성분이 확인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현실은 제조업체들도 제품의 성분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유해성 정보나 위험 평가를 하는데 굉장히 제약적이었습니다.


“정보를 확인한다는 건 안전 관리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성분을 확인하고 공개하는 건 제품안전협약의 굉장한 성과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더구나 작은 기업이 전성분을 공개한다는 건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큰 기업과 비교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라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야죠.”


미국은 EPA(환경보호청, 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가 인증하는 Safer Choice 라벨을 부착한 생활화학제품들이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있습니다. 전성분 공개와 원료 안전성 평가를 받은 제품이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대체하거나 줄여나가는 단계입니다. 어찌 보면 기업에게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지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고요. 우리나라도 제품안전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면 기업들이 더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홍보, 라벨디자인 개선 등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기업평가, 기업의 노력이 공유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2023년은 시민사회가 기업을 평가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기업이행점검은 참여 기업들 간 등수를 매기거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평가’라는 단어의 중압감은 기업도 시민사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행 점검은 참여기업이 협약에서 지키기로 한 약속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자체진단 설문조사와 시민사회 활동가와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행 점검을 위한 설문에는 화학안전 정책 및 조직시스템 관련된 질문들, 기업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 역할을 하는 이행점검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점검결과는 각 기업들의 이행 수준을 확인할 수 있고 기업들은 ‘우리가 이 정도 하고 있구나’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기업을 방문해보면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태도나 분위기를 알 수 있어요. 1차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도 있고 담당자의 열정과 역량으로 끌고 가는 곳도 많아요. 정책과 시스템이 갖춰지면 담당자는 성실하게 일만 하면 되는데 시스템보다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사람이 빠지면 관리 수준이 좀 떨어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는 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신규 분과는 이행에 대한 점수보다는 기존에 해 온 기업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피어 리뷰 Peer Review처럼 되면 좋겠는데 기업입장에서는 고유의 노하우이고 지적재산권이니까 공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좀 안타까워요.” 


시민사회가 제안하고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컨설팅이나 교육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구조도 좋겠습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건 환경산업기술원의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소비자가 움직여야 기업도 움직인다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해성이 우려되는 유해 성분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품이 만들어질 수 없는 건가’하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유해성분을 당연히 사용하지 않을 수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효과도 좋으면서 안전하고 거기다 저렴한 것까지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도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세상에 그런 건 없으니까요.


“세상에 안전한 제품은 없어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양한 제품을 자주 사용할수록 노출이 많아지니 위험성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소비자는 라벨을 제대로 확인하고 가능하면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할 책임이 있습니다.”

 

가야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유해물질운동

“저도 처음에는 성분 얘기만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에는 중금속이나 문제가 있는 물질은 ‘절대 못쓰게 해야 돼’하는 네거티브 리스트가 있었고 그 원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유해물질운동이었어요. 지금도 더 안전한 물질로 대체를 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자체가 위해성이 있다고 인정돼서 환경부 고시로 정해진 제품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위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단순히 성분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면 더 위험한지, 덜 위험한지를 차근차근 이해시키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한 수위를 한층 더 높인 자율안전정보제 도입을 앞두고 기업, 시민사회,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고 맞서고 있습니다. 성분을 어떻게 구분하고 표기할 것인가, 제품의 성분 못지않게 중요한 함량의 표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아직까지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기업이 제공한 전성분에 대한 유해성을 평가해서 등급을 나누고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전 관리를 위해 협약에도 참여하고 전성분 공개와 원료 안전성 평가를 받았는데 오히려 그 노력보다는 성분의 유해성이 부각되는 상황을 걱정합니다. 황숙영 국장은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용어의 순화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의 노력에 당연히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성분 등급이 위험이나 우려로 표기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페널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주의나 다른 용어로 순화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위험은 위험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과도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걸 다 순화해서 괜찮은 것처럼 ‘안심 사용’ 이런 식의 표현도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성분 공개 제도화하자는 목소리도 있고 제품안전협약 상설기구화에 논의도 있는데요, 쉽지는 않겠죠?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는 정부나 기업 담당자의 진정성과 열정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는 화장품법처럼 제도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의 고민은 이행력일 거예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가 만들어져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협약을 통해 기업들이 이행력을 갖추게 되면 법제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품안전협약이 협의체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효능감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제품 매출이 오르거나 기업 이미지를 바꿀 수 있거나 그 이상을 주지 않는다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힘들 거예요. ‘굳이 협약에 왜?’라는 분위기가 되는 거죠. 제품안전협약이 아니더라도 환경부의 친환경인증이나 녹색인증이 생활화학제품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협약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고 실패하게 된다면 정부에서 다음에 뭘 하자고 했을 때 기업은 함께 하지 않을 겁니다. 생활화학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응원하자, ‘돈쭐을 내주자’는 메시지가 먼저 전해지면 좋겠어요. 그 임팩트로 다른 기업들도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시민이 정보를 제공받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그치지 않길

“시민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는 사람이거나 혹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정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품안전협약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 초석을 다지고 기업,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큰 그림을 가지고 가는 길입니다. 시민사회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사용, 안전관리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관심 있는 소수의 시민들이라도 기업이 그동안 해 온 노력을 응원하고 기업의 정보를 신뢰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전성분 공개, 원료 안전성 평가 등 협약의 성과 홍보와 정보 제공, 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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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안전한 제품은 없다. 다만 사용 전에 용도, 용량, 용법, 주의사항을 꼭 확인하고 사용한다면 안전사고를 줄일 수는 있다’는 말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위험하다’는 말에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가끔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어차피 사용해야 한다면 무턱대고 ‘안심’하지 말고 제대로 확인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민사회와 활동가의 고군분투가 헛되지 않도록.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은 생활화학제품으로부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생활화학제품 라벨개선을 위한 소비자 설문조사와 라벨 정보 이해를 돕는 컨텐츠 개발, 시민교육도 진행합니다. 그리고 시민들과 개발한 라벨표시방안을 정부와 기업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와 정리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