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우리
이봉환
(주)LG생활건강 대외협력팀장
Beautiful. Healthy. Refreshing.
LG생활건강은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고 편리해지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생활화학제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이봉환 팀장은 LG생활건강 제품의 표시·광고 등 법적사항들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관리를 담당하는 대외협력팀 리더로 정부부처와 유관 기관, 소비자 단체, 산업계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협력하는 대외 활동을 수행합니다.
제품안전협약에서는 협약의 발전적 방향을 논의하는 TFT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LG생활건강 대외협력팀 이봉환 팀장>
‘소비자의 안전’을 목표로 함께 한 7년
“협약 1기가 끝나갈 무렵 합류했는데 당시 전달받은 협약의 분위기는 전성분 공개를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여서인지 ‘정부, 기업, 시민사회 입장 차이가 많아 상당히 어색하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많다’였습니다. 7년 동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바라보는 곳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실해졌어요. 지금은 소비자의 안전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같이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협약에 참여하면서 머릿속에 항상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생떽쥐베리의 명언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정부, 기업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어떤 상황에 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면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평행선처럼 각자의 레인을 달리고 있을 거라고. 기업, 시민사회, 정부는 7년 동안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가 제품안전협약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합니다. 시민사회가 이야기하는 시민은 결국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고객입니다. 우리는 협약에서 시민,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관점이 조금 다를 뿐이죠. 예전에는 환경정의에서 설문지를 보내오면 아주 공식적으로 답변했어요. 지금은 저희에게 설문을 보내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먼저 물어도 보고, 같이 조율도 해요. 이런 게 가능한 사이가 된 거예요. 신뢰하게 되었다는 거죠.”
훈훈하게 시작한 대화는 고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봉환 팀장 역시 일을 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성분 공개와 원료 안전성 평가로 공들여 연구, 개발한 정보의 보안에 대한 우려, 참여하지 않은 기업보다 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설득은 담당자의 몫이었습니다. 때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에 부딪혀 원료 안전성 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기준으로 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때는 협약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제품안전협약의 발전을 위한 고민들
제3기 제품안전협약이 올해 마무리되는데요,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자율안전정보제 도입이 추진되고 협약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들도 오가고 있어요.
“저희는 이미 안전한 원료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자율안전정보제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협약기업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요. 사용하는 원료 등급이 매겨지고 정보가 공개가 되면 소비자들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생길 텐데 굳이 이렇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해야 되느냐는 이야기를 해요. 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정부와 시민사회가 충분히 알고 있고, 기업 나름대로 상황에 맞게 대안을 건의하지만 논의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원료 등급 평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혔지만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민사회와 정부, 기업의 생각이 많이 달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접점을 어떻게 찾아갈지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협약을 협의체로 상설기구화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이죠?
“참여 기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 같아요. 협의체로 전환하고 정부가 한 발 물러서 버리면 참여 기업들이 조금 주저할 가능성이 커요. 자율안전정보제까지 도입되면 기업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거든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주지 않으면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고민할 거라 생각합니다. 조직 내부에서 ‘우리가 알아서 잘하면 되지 협의체에 들어가서 할 이유가 있느냐’고 하면 담당자들도 회사를 설득할 만한 명분이 없어집니다.”
그럼에도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자부심
커다란 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느끼는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LG생활건강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갖춰온 것들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겸손한 표현이었지만 직장인,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LG생활건강은 제품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안전에 맞춰 제품을 설계합니다. 협약에 참여하기 전부터 원료에 대한 유해성 평가나 제품의 위해성 평가를 하는 조직을 두었고, ‘글로벌한 안전 기준에 맞춰 국내 법규보다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자’가 내부지침입니다. 선제적으로 안전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 왔었기 때문에 원료 유해성 등급이 결정되었을 때 1등급(CMR_생식독성, 유전독성, 변이독성 물질로 반드시 대체 해야 하는 성분) 원료가 적용된 제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올바른 길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협약에 참여한 정부, 시민사회, 기업이 고민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있습니다.”
기업은 더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는 더 안전한 사용을
기업은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정보를 확인하고 제대로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료 자체의 유해성보다 제품의 안전성과 더 안전한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봉환 팀장은 단순히 성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제품이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성분을 피해서 쓰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안전한 사용법으로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생활화학제품 라벨에 깨알 같이 적힌 정보들을 소비자는 제대로 읽기가 힘듭니다. 읽기 쉽고 알기 쉬운 방법이 없을까요? 기업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깨알 같은 글씨가 맞습니다. 알려줘야 할 표시사항이 너무 많아 깨알같이 쓸 수밖에 없어요. 고시에 도안이 있지만 제한적이어서 기업이 사용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QR코드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 산업계에서는 제품라벨에는 꼭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고 일부사항에 대한 표기를 QR코드에 담자고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어요.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면 보완되어야 할 내용들을 꾸준히 제안도 하고 건의도 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 확대는 협약 확산을 위한 기회
생활화학제품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증마크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에 대한 기업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궁금합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협약 참여기업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 같고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과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기업입장에서는 마케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이름 자체에 메리트가 없고,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에는 ‘안전하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만든 안전을 확인하는 기준을 통과했지만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거죠. 물론 100% 안전한 건 아니에요. 올바르게 사용했을 때 안전한 거죠. 무산되긴 했지만 화.우.품의 도입초기 명칭이 ‘더 안전한 제품’이었습니다. 금지어였던 ‘안전한’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기업들은 환영했고 적극적인 분위기였어요. 실제로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보다 더 안전하고 협약 참여기업들의 노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니까요. 아마 이름만 바뀌어도 그 수는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까다로운 기준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무조건 완화하자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을 요청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해지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겠죠.”
어쩌면 기업입장에서는 ‘너무 까다로운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더 안전한’을 위해서는 그 기준을 지켜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 시민사회, 기업의 시각 차이는 있지만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와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업을 향한 칭찬은 소비자도 알게, 공개적으로
제품안전협약은 참여주체들이 큰 방향성을 갖고 생활화학제품 시장의 흐름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봉환 팀장은 협약이 위상을 갖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려면 기업들의 노력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정부가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들은 협약에 대해서도,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의 노력도 알지 못합니다. 협약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협약을 통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망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고, 그 결과들을 제도화 하는 것도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면 가능합니다. 이제는 노력이 알려지고 고생하신 분들이 인정받아야 합니다. 참여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고 시민사회가 기업을 칭찬하고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습니다.”
다음은 LG생활건강 이봉환 팀장이 제품안전협약에 함께 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 모두의 목표는 ‘소비자의 안전’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이 길을 걸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작은 믿음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좋은 미래가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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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vétéran [명사]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아우라aura [명사]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 또는 독특한 품위나 품격. ⇒규범 표기는 ‘오라’
아우라가 느껴지는 베테랑을 만났습니다. 베테랑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기업들이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소비자에게 들리도록 해주고 기업들이 3~4년 전부터 요청해왔던 제품안전협약 홈페이지가 올해 만들어지니 내년에도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칭찬에 너무 인색했던 걸까요?
시민이 생활화학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더 안전한 제품,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시민을 움직이게 하려면, 더 안전한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를 서로가 칭찬하면 어떨까요? 시민에게 들리게.
인터뷰와 정리 이경원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우리
이봉환
(주)LG생활건강 대외협력팀장
Beautiful. Healthy. Refreshing.
LG생활건강은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고 편리해지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생활화학제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이봉환 팀장은 LG생활건강 제품의 표시·광고 등 법적사항들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관리를 담당하는 대외협력팀 리더로 정부부처와 유관 기관, 소비자 단체, 산업계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협력하는 대외 활동을 수행합니다.
제품안전협약에서는 협약의 발전적 방향을 논의하는 TFT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LG생활건강 대외협력팀 이봉환 팀장>
“협약 1기가 끝나갈 무렵 합류했는데 당시 전달받은 협약의 분위기는 전성분 공개를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여서인지 ‘정부, 기업, 시민사회 입장 차이가 많아 상당히 어색하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많다’였습니다. 7년 동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바라보는 곳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실해졌어요. 지금은 소비자의 안전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같이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협약에 참여하면서 머릿속에 항상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생떽쥐베리의 명언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정부, 기업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어떤 상황에 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면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평행선처럼 각자의 레인을 달리고 있을 거라고. 기업, 시민사회, 정부는 7년 동안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가 제품안전협약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합니다. 시민사회가 이야기하는 시민은 결국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고객입니다. 우리는 협약에서 시민,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관점이 조금 다를 뿐이죠. 예전에는 환경정의에서 설문지를 보내오면 아주 공식적으로 답변했어요. 지금은 저희에게 설문을 보내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먼저 물어도 보고, 같이 조율도 해요. 이런 게 가능한 사이가 된 거예요. 신뢰하게 되었다는 거죠.”
훈훈하게 시작한 대화는 고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봉환 팀장 역시 일을 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성분 공개와 원료 안전성 평가로 공들여 연구, 개발한 정보의 보안에 대한 우려, 참여하지 않은 기업보다 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설득은 담당자의 몫이었습니다. 때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에 부딪혀 원료 안전성 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기준으로 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때는 협약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제3기 제품안전협약이 올해 마무리되는데요,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자율안전정보제 도입이 추진되고 협약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들도 오가고 있어요.
“저희는 이미 안전한 원료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자율안전정보제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협약기업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요. 사용하는 원료 등급이 매겨지고 정보가 공개가 되면 소비자들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생길 텐데 굳이 이렇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해야 되느냐는 이야기를 해요. 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정부와 시민사회가 충분히 알고 있고, 기업 나름대로 상황에 맞게 대안을 건의하지만 논의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원료 등급 평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혔지만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민사회와 정부, 기업의 생각이 많이 달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접점을 어떻게 찾아갈지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협약을 협의체로 상설기구화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이죠?
“참여 기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 같아요. 협의체로 전환하고 정부가 한 발 물러서 버리면 참여 기업들이 조금 주저할 가능성이 커요. 자율안전정보제까지 도입되면 기업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거든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주지 않으면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고민할 거라 생각합니다. 조직 내부에서 ‘우리가 알아서 잘하면 되지 협의체에 들어가서 할 이유가 있느냐’고 하면 담당자들도 회사를 설득할 만한 명분이 없어집니다.”
커다란 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느끼는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LG생활건강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갖춰온 것들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겸손한 표현이었지만 직장인,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LG생활건강은 제품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안전에 맞춰 제품을 설계합니다. 협약에 참여하기 전부터 원료에 대한 유해성 평가나 제품의 위해성 평가를 하는 조직을 두었고, ‘글로벌한 안전 기준에 맞춰 국내 법규보다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자’가 내부지침입니다. 선제적으로 안전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 왔었기 때문에 원료 유해성 등급이 결정되었을 때 1등급(CMR_생식독성, 유전독성, 변이독성 물질로 반드시 대체 해야 하는 성분) 원료가 적용된 제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올바른 길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협약에 참여한 정부, 시민사회, 기업이 고민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있습니다.”
기업은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정보를 확인하고 제대로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료 자체의 유해성보다 제품의 안전성과 더 안전한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봉환 팀장은 단순히 성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제품이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성분을 피해서 쓰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안전한 사용법으로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생활화학제품 라벨에 깨알 같이 적힌 정보들을 소비자는 제대로 읽기가 힘듭니다. 읽기 쉽고 알기 쉬운 방법이 없을까요? 기업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깨알 같은 글씨가 맞습니다. 알려줘야 할 표시사항이 너무 많아 깨알같이 쓸 수밖에 없어요. 고시에 도안이 있지만 제한적이어서 기업이 사용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QR코드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 산업계에서는 제품라벨에는 꼭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고 일부사항에 대한 표기를 QR코드에 담자고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어요.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면 보완되어야 할 내용들을 꾸준히 제안도 하고 건의도 하고 있습니다.”
생활화학제품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증마크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에 대한 기업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궁금합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협약 참여기업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 같고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과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기업입장에서는 마케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이름 자체에 메리트가 없고,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에는 ‘안전하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만든 안전을 확인하는 기준을 통과했지만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거죠. 물론 100% 안전한 건 아니에요. 올바르게 사용했을 때 안전한 거죠. 무산되긴 했지만 화.우.품의 도입초기 명칭이 ‘더 안전한 제품’이었습니다. 금지어였던 ‘안전한’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기업들은 환영했고 적극적인 분위기였어요. 실제로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보다 더 안전하고 협약 참여기업들의 노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니까요. 아마 이름만 바뀌어도 그 수는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까다로운 기준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무조건 완화하자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을 요청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해지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겠죠.”
어쩌면 기업입장에서는 ‘너무 까다로운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더 안전한’을 위해서는 그 기준을 지켜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 시민사회, 기업의 시각 차이는 있지만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와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품안전협약은 참여주체들이 큰 방향성을 갖고 생활화학제품 시장의 흐름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봉환 팀장은 협약이 위상을 갖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려면 기업들의 노력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정부가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들은 협약에 대해서도,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의 노력도 알지 못합니다. 협약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협약을 통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망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고, 그 결과들을 제도화 하는 것도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면 가능합니다. 이제는 노력이 알려지고 고생하신 분들이 인정받아야 합니다. 참여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고 시민사회가 기업을 칭찬하고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습니다.”
다음은 LG생활건강 이봉환 팀장이 제품안전협약에 함께 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 모두의 목표는 ‘소비자의 안전’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이 길을 걸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작은 믿음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좋은 미래가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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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vétéran [명사]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아우라aura [명사]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 또는 독특한 품위나 품격. ⇒규범 표기는 ‘오라’
아우라가 느껴지는 베테랑을 만났습니다. 베테랑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기업들이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소비자에게 들리도록 해주고 기업들이 3~4년 전부터 요청해왔던 제품안전협약 홈페이지가 올해 만들어지니 내년에도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칭찬에 너무 인색했던 걸까요?
시민이 생활화학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더 안전한 제품,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시민을 움직이게 하려면, 더 안전한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를 서로가 칭찬하면 어떨까요? 시민에게 들리게.
인터뷰와 정리 이경원